대체로 행복한 일상 이야기.
by mango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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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침대를 쓰는 사람이 있어 좋은 이유
나는 무서운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아니 최근에는 그런 일이 없었으니 '무서운 꿈을 자주 꾸는 편이었다'고 해야 하는건가.

공포에 짓눌려 깨어나면 몸은 식은땀으로 잔뜩 젖어있고
작은 방 안에는 무겁고 축축한 공기가 가득차 있어 숨을 쉬기도 힘이 든다.
그러면 나는 무기력하게 몸을 웅크리고 앉아 마음이 가라앉을때 까지 혼자 울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을 때에는 체면 불구하고(다 커버린 여자애임에도!) 배게를 끌어안고 엄마옆에 가서 누워있기도 했고
잠깐동안 고시원에 머물때는 그닥 친하지도 않은 친구 방문을 두드려서 발도 쭉 뻗을 수 없는 좁은 바닥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는데
혼자 살게 된 다음부터는 그냥 견뎌내는 수 밖에 없었다.
사귀고 있던 남자들에게 전화하는 것도 한 두번이고
시간이 새벽 서너시이다 보니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그러면 마음이 더 불안해져서 평정을 찾는 것이 더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고양이 시드가 함께 살게 되었고
시드의 잠자리가 내 발 아랫쪽으로 정해지면서 나쁜 꿈을 꾸는 밤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다리를 쭉 뻗어 아랫쪽에 있는 시드의 보드라운 털에 발바닥을 가져다 대고 몽클거리는 배가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보면 어느새 다시 잠이 들었고 그래도 힘이들면 깊이 잠든 고양이를 억지로 내쪽으로 끌어안고 견뎠다.

세환과 같은 침대를 쓰고부터는 여전히 자주 악몽을 꾸기는 했지만 그것을 두려워 하지는 않게 되었다.
몇 시에 잠을 깨더라도 눈 앞에는 세환이 있었고
길고 커다란 팔을 끌어당겨 꼭 안아 익숙한 냄새를 맡고 있다보면 금새 괜찮아지곤 했다.
잠이 들면 좀처럼 깨어나지 않는 사람이지만 내가 울면서 작은 목소리로 무서운 꿈을 꾸었다고 말하면 어김없이 일어나 안아주며 괜찮아 무슨꿈이었는데? 하고 묻는다.(본인은 다음날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ㅎㅎ)
그러면 나는 얼토당토않는 꿈 내용을 설명해주고, 말하다보면 그런 별 것 아닌 것에 두려워했던 내 자신이 우스워서 그만 크극 웃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기분좋게 다시 잠에 빠져든다.
집을 떠나 잠을 자야 하는 날이면 전화도 꼬박꼬박 잘 받아주고 무서운꿈을 꿨을때 내가 네 머리맡에 있을꺼라는 내용의 노래도 불러준다.(이게 더 무서운가??!!)

이렇게 몇 년이 흐르다 보니
이제는 꿈꾸는 빈도도 꽤 줄어들어 더 이상 꿈이 나를 괴롭게 하는 일은 없게 되었다.
게다가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더더욱.
깨어나 보았자 왼쪽에 망고 오른쪽에 세환이 있는데 뭐가 걱정인가!
by mangomom | 2009/08/16 18:14 | 나의 이야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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